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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온도’ 식어가는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행태가 심상치 않다. 촛불민심은 이미 잊은 듯하다. 개혁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개혁과제 앞에서 머뭇거리거나 얄팍한 계산을 튕기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말조차 무시하는 듯하다. 여당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하승수의 틈]‘개혁의 온도’ 식어가는 민주당

지난 8월16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가 회동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혁 얘기를 먼저 꺼냈다. 본인이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 개혁을 그 누구보다 일찍 주장해 왔고, 2012년 대선과 작년 대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것을 환기시켰다. 또한 3월에 발의했던 대통령 개헌안에도 그런 내용을 담았다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먼저 선거제도 개혁 얘기를 꺼낸 것은 파격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한 것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원내대표들뿐이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침묵했다고 한다. 과연 여당에 개혁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날의 행태만이 아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온 후보들의 발언도 수상하기 짝이 없다. 후보들 중에 송영길 후보만이 야당들과 협력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을 뿐이다. 나머지 후보들은 엄밀하게 해석하면 ‘하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과 같이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런데 지금 개헌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2020년 총선 전에는 개헌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두 얘기를 조합하면, 결국 지금은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김진표 후보도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만 따로 할 수는 없다면서, 올해 내에는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어렵다고 얘기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올해 하반기가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하는데, 김진표 후보는 올해는 시기가 아니라고 하니, 이것 역시 하지 말자는 얘기다.

사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민주당이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안 하려 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2015년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당론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말로는 반대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지만, 실제 속마음은 반대라는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하지 말자는 얘기는 지금과 같은 국회, 지금과 같은 정치를 그대로 두자는 얘기다. 의정활동에는 관심이 없고 특권만 누리려고 하는 국회, 우리 삶의 문제를 푸는 데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키는 정치, 선거에서 이기면 독주하려 하고 선거에서 지면 ‘발목잡기’로 일관하는 정치. 이런 엉터리같은 국회, 비생산적인 정치를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이것이 ‘촛불민심’과 ‘적폐청산’을 얘기하는 정당이 취할 태도인가?

그리고 이것은 배신이다. 자기 정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 대한 배신이고, 그것을 믿었던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다’고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지금처럼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때도 없었다.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함으로써 1표의 가치를 동등하게 하고, 정당들이 정책경쟁에 몰두하게 하자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의 핵심이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늘 자유한국당(전에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좌절되어 왔다. 그런데 6·13 지방선거 이후에는 한국당조차 반대는 하지 않는 태도로 돌아섰다. 이런 좋은 시기를 놓친다면, 정말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선거제도 개혁만이 아니라 모든 정치개혁 과제에 소극적인 것이 지금 여당의 태도이다. 국회 특수활동비 폐지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 정의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납하겠다고 압박하고,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못해 폐지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개혁 앞에 미적대는 이상 지지율 하락은 계속될 것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나서서 야당들과 협상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면 된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문제가 있지만, 이것 역시 대안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하면 된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것은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특권이다. 따라서 특권을 없애고, 그렇게 절감한 예산으로 국회의원을 늘린다면 국민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번에 특수활동비를 대폭 삭감했듯이, 국회의 다른 낭비되는 예산을 삭감하고 국회의원들의 과도한 연봉(수당 포함 연간 1억5000만원)과 개인 보좌진 규모(1인당 9명)도 줄이면 된다. 그렇게 해서 현재의 국회 예산을 동결한 상태에서 360명 정도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를 넘기면 개혁은 어려워진다. 아마 민주당 내부에도 개혁에 적극적인 국회의원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우선은 그들부터 침묵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그래서 민주당이 개혁의 편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 노력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반개혁세력으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입력 : 2018.08.19 20:58:00 수정 : 2018.08.19 21:02:47

하승수 |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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